지나가는 봄에 내게는 꽃이피었습니다.
0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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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둘 피던 꽃들도 어느덧 사라지고 알록달록 색색들이 사이로 초록의 색깔이 더욱 짙어지고 있내요.
한잎 두잎 떨어지는 꽃송이를 보면서 요즘 저는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을 짝사랑하던 소년의
설레임이 다시금 찾아 왔습니다.
항상 저의 와이프를 사랑하지만 무엇인가 와이프에게 죄책감이 들더군요.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은 큰 바다와 같은데 아내가 느끼는 저의 사랑은 작은 어항과도 같았기 때문이죠.
작년 겨울 아내가 간직했던 어항에는 점점 물이 빠지더군요.
사소한 말다툼이 잠자리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저와 아내사이의 골은 점점 깊어만 갔고
어항속에 작은 금하나가 생겨나면서 내가 아내에게 주었던 사랑은 새로운 봄이 찾아오면서
말라버리기 시작했습니다.
한동안 밤에 잠을잘수가 없더라구요. 멍하게 있다보면 어느순간 베란다에서 멍청한 모습으로
쭈구리고 앉아 아무도 걷지 않은 컴컴한 길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이러하다보니 삶은 점점 무기력해지고 살기가 싫어 지더라구요.
하루는 무작정 사람이 많은곳을 가야겠다 생각하고 청량리로 향했습니다.
갑자기 사람들이 분주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싶더라구요. 경동시장을 돌고 시립대 방향쪽으로
정처없이 걸어가는데 갑자기 내리쬐던 따가운 햇살에 손그늘을 만들고 하늘을 잠시 올려다본
순간에 맨 비뇨기과 간판을 보았습니다.
그때는 왜 비뇨기과로 들어갔는지 모르겠지만 저의 발이 그쪽으로 향하더군요.
병원에 들어서는순간 아차 싶더라구요. 다시 돌아갈까 생각했는데 대뜸 다가와 넙죽이 인사하며
차를 건내는 젊은 간호사 선생을 참아 뿌리칠수가 없더라구요.
따스한 녹차 한잔을 마시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문득 아내의 이야기들이 머리속에서 스치더군요.
한마디 한마디 한마디.....
지금은 수술받고 치료중입니다. 아내의 비었던 어항에 금이간 부분을 붙이려고요.
다시금 아내의 작은 어항에 사랑의 물을 채우고 훗날 그물이 넘쳐흘러 바다가 될것을 기대하며..
오늘은 설레임에 잠이오질 않내요.
지나가는 봄날 저에게 희망이란 꽃을 피게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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